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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리뷰/영화드라마 리뷰

드라마 밀회 결말까지 완벽한 드라마[스포일러 有]

by 솜냥냥 2020. 7. 10.

자극적인 소재지만 음악, 대사, 결말까지 완벽했던 드라마, 밀회


기본정보

 - 연출: 안판석 / 극본: 정성주

 - 출연: 김희애, 유아인, 박혁권, 심혜진, 김혜은, 김용건, 경수진

 - 16부작

 - 최고시청률: 5.4%

 - 줄거리: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


상류사회에 살고 싶어서 권력자들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빛나는 20대를 포기하고 살아온 혜원은, 순수한 피아노 천재 선재를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좋은 집, 좋은 차, 교수인 남편, 예술재단 실장이라는 직함.

모든것을 다 가진것처럼 보이지만 혜원은 주로 서있고 쉴때조차 구두를 벗을 수 없고 때로는 집마저 직장같이 느껴지는 지쳐있는 사람이다.

선재는 자신의 피아노 재능을 알아봐주고 '영혼을 거듭나게 한' 선생님 혜원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제 인생의 명장면이죠...
난생 처음, 누군가 온전히 저한테 헌신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절절한 고백의 말을 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 친구는, 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입니다.
저라는 여자한테 깨끗한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애쓴 거 뿐이었는데...
저는 그 때 알았습니다.
제가 누구한테서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걸,
심지어 나란 인간은, 나 자신까지도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다는 걸...

-드라마 밀회 16화 혜원의 대사 중에서


혜원에게 있어 선재의 사랑은, 난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헌신적인 무엇이었고 자신이 놓쳐버린 젊은날의 한 조각이었기에 이들의 관계가 죄악임을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나, 오혜원. 일하러 간다.
이건 내 개인 전용 번호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난 니 집이 맘에 들어. 어제 나 혼자서 들어갈때는 좀 겁이 났지만.

위험했지. 가파르고, 비가 와서 미끄럽고...
다시 내려갈까, 계단 하나마다 망설였어.
그런데 그 순간에도, 넘어지면 안된다.
혹시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해야한다.
그런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조심했단다.
그렇게 계단을 무사히 올라, 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
참 좋더라, 여기를 지나면 니 집에 들어간다는게...

불을 켜고, 하마터면 울 뻔 했어. 이게 집이지... 집이란 이런거지...
나는 어디서나 주로 서 있고, 때로는 구두를 신은 채로 자는 사람이잖니

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어깨가 빠지도록 연습하면서 라흐마니노프를, 파니니를, 끝까지 즐겨주는거..
최고로 사랑해주는거... 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어.
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
그래서 이제 나는, 니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을 못하겠어.
다만, 너한테 배워볼게.

그러니 선재야. 영어 독일어 잘 못해도 한없이 총명한 선재야,
부디 냉정하렴.
세상에서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아주 해로운 일이고,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

-드라마 밀회 9화 혜원의 대사 중에서


권력자들의 하수인으로 살아오면서 온갖 비리나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건 쉬운 혜원이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어 선재와의 관계에서 서툴기만 하다.

선재는 음악을 대할 때나 혜원을 대할 때나 그저 순수하다. 끝까지 즐겨주는 것, 최고로 사랑해 주는 것. 혜원은 선재에게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돌아와라. 너는 내 가장 뛰어난 제자다.

-드라마 밀회 3화 혜원의 대사 중에서


선재에게 있어 혜원은, (본인은 모르지만) 아픈 손을 치료하게 도와주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음악적 선배이자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이끌어준 첫번째 사람이다.

새끼 오리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보는 것을 엄마라고 생각하듯 선재에게 혜원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혜원: 열정 3악장 다시 해봐. 아니다 코다부터!
선재 : 틀렸나요?
혜원: 아니,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하셨고

어떤 놈인지 관찰도 하시고 어떻게 사는지도 물어보시고

저랑 같이 연주도 해주셨어요.

그러니 저는 다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영혼이 거듭난거죠.

-드라마 밀회 2,3화 중에서


 

결국 선재는 혜원이 그 세계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끈다.

사실 선재가 혜원의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그저 순수하게 빛나는 존재로 혜원을 사랑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 그뿐.

그것으로 혜원은 구원받을 수 있었다.


나 잊어도 돼...

너는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을 다 했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절대 못했을 거야.

-드라마 밀회 16화 혜원의 대사 중에서



결말까지 쭉 몰아 본 밀회. 왜 이걸 이제까지 안봤을까.

요즘 클래식과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더 좋았다. 명대사, 음악, 연출 정말 하나도 버릴 것 없던 드라마 밀회.

(특히 베드신???을 서정적으로, 피아노 협주신을 오묘하게 연출한 부분! 너무 좋았다.)

유아인배우의 인생작을 꼽으라면 단연 밀회다. 유아인의 소년미와 김희애의 우아미가 돋보인 드라마 밀회.

혜원이 죗값을 치르고 선재와 계속 함께할 것을 암시하는 결말 부분도 좋았다.

또 위에 적은 대사들은 보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던 부분들이다.

몇번을 돌려봐도 분명 또 감동받을 것이다.

밀회는 내게 그런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보면서 행복했고 보내야 해서 아쉽다.